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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시집 몇 권을 챙기고 편하게 갈아 입을 옷가지, 속옷들을 주섬주섬 꾸렸다. 산을 오르려면 두꺼운 바지, 눈이 녹아 미끄러운 산행길을 위한 등산화, 이제 막 배워 조금 친해가는 맥북을 챙겨 떠난다. 시카고가 속해 있는 미국의 중서부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옥수수 밭, 콩밭이어서 늘 내게는 산행길이 그리웠었다.   비행기로 4시간 비행하여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랜터카로 서너시간 달려 요세미티 근처 에어비앤비에  도착하기 전 요세미티 벨리 Information center로 직행했다. 눈이 녹아내려 요세미티의 상당부분이 Closed 되었다는 정보를 떠나기 전 공항에서 알게 되었다. 다행히 요세미티 벨리는 오픈 되어 있었기에 짐을 풀기 전 산행부터 시작하였다.     3시간 자고 새벽 4시부터 시작된 오헤어공항에서부터의 여행길은 요세미티 벨리의 산행을 마치고 에어비앤비로 돌아온 늦은 시간, 8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예정에 없던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피곤이 몰아친 천근만근의 몸으로 데크에서 노을이 진 서쪽 하늘을 마주하게 되었다. 깊숙한 산으로 겹겹히 쌓인 산등성이로 지는 요세미티의 노을은 늘 시카고 작은 언덕에서 바라보았던 노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밤 늦도록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노을이 총총 빛나는 하늘 별자리로 변할 때까지 데크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하루의 피곤함이 눈 녹듯 사라자는 듯 느껴졌다. 밤새 한번도 깨지 않고 새소리가 새벽을 깨울 때까지 꿈도 꾸지 않고 죽은 듯 쓰러져 잤다.   새벽은 아름다웠다. 먼 산등성이로부터 밝아오는 아침은 맑고 청명했다. 솟아 오르는 일출은 높게 솟은 침엽수의 가지 사이사이로 붉은 하늘빛으로 물들여지고 있었다. 아침은 향기로웠다. 어젯밤 미처 보지 못했던 데크 앞에 핀 프렌치 라벤더와 로즈마리는 밝아오는 새날 아침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오늘은 요세미티 서쪽 계곡 Hetch Hetchy Valley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요세미티 초대형 산불로 여의도의 25배에 가까운 면적을 태운 잔해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었다. 엄청난 길이의 침엽수들이 산기슭에 쓰러져있어 그때의 참혹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워낙 방대한 지역인지라 아직도 울창한 나무숲들의 위엄은 가히 표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오후 햇빛이 쬐는 산등성이,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 이기주 작가의〈언어의 온도〉를 햇과일 음미하듯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햇살보다 따뜻하게 마음에 담겨져 와 여러시간 기쁨 안에 머무를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침엽수 너머로 눈이 녹아내려 강 줄기가 무섭게 거품을 내며 흐르고 있었다. (시인, 화가)       힘들 땐 기대어 살자     새벽이 움트고 있다 / 꽃 한송이 피어나듯 / 움추렸던 꽃잎을 펼치듯 / 순간마다 일어서고 있다 / 한 사람의 호흡이 살아나듯 / 새벽이 살아나고 있다 // 새벽이 손짓하듯 / 꽃 한송이 피어나듯 / 우리 힘들 땐 기대어 살자 / 한없이 끌어내리는 두려움마져 / 꼭꼭 접어 가방 안에 깊숙히 넣었다 // 사는 게 쓸쓸한데 웃음이 나오는 건 왜일까 / 순간 나비처럼 어깨 너머로 / 절룩이며 자유로워지고 있다 // 다시 태어난다면 / 행여 다시 태어난다면 / 서로에게 기대어 살자 / 버들가지 흔들리는 일몰의 언덕에서 / 내리 자라는 서로를 닮아가며 / 힘들 땐 한 생의 뒤안길 기대어 살자 / 깨여있는 날 동안 기대어 살자 / 기쁨과 슬픔조차 서로 등 되어 기대어 살자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요세미티 벨리 요세미티 서쪽 요세미티 초대형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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